바로가기 메뉴
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공지사항

HOME > 커뮤니티 > 공지사항
공지사항 내용
제목 [월드비전 정읍FC]코치를 맡고 있는 우정민, 조선일보 사람과 이야기 보도내용
작성자 관리자 번호 270
작성일 10-11-02 23:55 조회수 2,656회

본문

[재능을 나눕시다] '지소연'이 꿈이었던 그녀 저소득층 축구동아리서 아이들 꿈을 키워주다
정읍=이영민 기자             입력 : 2010.11.01 03:01

월드비전 정읍FC 우정민씨 부상으로 선수 꿈 꺾였지만
어려운 어린시절 경험살려 아이들 성장 돕는 자원봉사

"선생님한테 공 뺏기면 원 안으로 들어와서 술래가 되는 거다."

지난달 23일 전북 정읍시 호남고 운동장에는 동그랗게 둘러선 20여명의 아이가 축구공으로 패스 훈련을 하고 있었다. 원 안에는 짧은 머리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우정민(18·전북과학대 복지계열 1년)씨가 아이들이 주고받는 공을 가로채러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은 우씨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공을 돌렸지만 우씨가 속도를 내자 쉽게 공을 빼앗겼다. 공을 뺏긴 아이는 "선생님이 안 봐주면 당할 수가 없다"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우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월드비전 정읍 FC'라는 이름의 이 축구팀 코치를 맡고 있다. 이 축구팀은 아동복지단체 월드비전이 '놀토(학교가 쉬는 토요일)'에 학원이나 방과후 활동을 할 수 없는 저소득층 초·중학교 학생들을 위해 전국에 만든 19개 축구동아리 중 하나다. 19개 팀마다 코치가 있지만 여성 코치는 우씨 혼자다.

우씨는 "고3 때 학교에서 '축구 동아리 자원봉사 모집'이라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며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꿈은 못 이뤘지만 여기에서 좋은 축구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은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씨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축구를 한 '여자축구 선수'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들과 딱지치기·야구·씨름을 하고 놀던 '왈가닥'이었던 우씨를 눈여겨본 교사가 축구를 권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이혼해서 갈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축구부에 들어가면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축구를 시작했죠. 또 유명 선수가 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우씨는 매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축구부원들과 하루 6시간씩 훈련을 했다. 체구도 작고 부모의 지원도 없지만 열심히 연습해 여자 축구의 명문 오주중학교로 진학했다. 그곳에서 여자 월드컵 축구의 스타 지소연 선수의 한 학년 후배로 같은 팀에서 뛰었다. 우씨는 "소연 언니는 남자팀에서 축구를 해서 누구도 그 힘과 스피드를 따라갈 수 없었다"며 "나도 지지 않으려고 개인 연습도 하고 훈련일지도 썼었다"고 했다.

우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살게 돼 전북 완주군 삼례여중으로 전학 갔다. 규정상 전학생은 2년간 전국체전에 출전할 수 없어서 우씨는 중요한 경기에서 늘 벤치만 지켰다. 2년이 지나고 우씨가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다른 학교 팀과 친선 경기를 하다 충돌이 생겨 부상을 당한 것이다. 우씨는 "정신을 차려보니 대학병원이었다"며 "의사 선생님이 '머리에 손상이 생겨 더는 축구를 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축구를 포기한 우씨는 마음을 잡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불량 학생'들과 어울렸고 집에서도 새어머니와 갈등이 심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씨는 결국 집을 나와 보육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자기처럼 부모와 떨어져 사는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사회복지사들을 보고 느끼는 게 많았다. 자기도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우씨는 공부를 했고 지난해 수시모집으로 전북과학대학에 진학했다. 정읍 FC 코치는 우씨가 대학 진학이 결정되고 나서 자기 재능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이다.

우씨와 정읍 FC 아이들은 한 달에 2번 '놀토'마다 호남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아이들은 우씨가 가끔 선수들이나 하는 어려운 훈련을 시키면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읍 FC 아이들은 "선생님 덕분에 지난 6월 월드비전 19개 축구동아리가 모인 대회에서 창단 첫 승리를 했고 3승까지 했다"고 입을 모았다. 우씨는 "어렸을 때 집안 사정으로 놀림을 많이 받아 유독 아이들을 싫어했던 내가 이제는 아이들만 보면 같이 뛰어놀고 싶다"며 "유명 선수가 돼서 큰돈을 벌지 못했지만 돈보다 더 큰 것을 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고 했다.